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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펀치토끼는 부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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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83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새로 전학 온 여고생이 있습니다. 그녀를 A라고 합시다. A는 원래 다니던 로스앤젤레스의 학교에서 친구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샌디에이고의 학교에서도 친구가 생길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첫날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혼자 밥을 먹던 A에게 다른 학생이 다가왔습니다. A가 전학 온 클래스이 반장이었습니다. 반장은 싹싹하고 친절한 아이였고,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졌습니다. 매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실습시간에 같은 조가 되어 과학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A는 반장이 친구라고 믿었습니다. 매일매일 학교에 가는 일이 즐거웠죠. 처음으로 수업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는 독한 감기에 걸렸습니다. 부모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좋다며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주었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였다면 아이 좋아라 하고 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A는 이미 결석 허가를 받았는데도 억지를 써서 학교에 갔죠. 하지만 학교에 가는 동안 너무 힘들어서 바로 보건실로 가야했습니다. 보건실 차양 안쪽 침대에 누워있는데 바깥에서 반장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죠.

A는 오늘 왜 안 왔어? /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더니 다 틀린 말이야 / 네 친군데 말이 심하다? / 걔가 왜 내 친구냐? 선생님이 챙겨주라고 해서 따라다니는 건데. 하여튼 애가 더럽게 눈치도 없단 말아. 왜 챙겨주라고 했는지 알겠다니까? 오늘 하루라도 해방돼서 너무 기뻐

A는 칼에 찔린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반장이 다른 애와 나가고 난 후 A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간신히 전화를 걸 수 있었습니다.  A가 언니에게 상황설명을 하자 언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같이 눈치도 없는데다가 여드름투성이에 살찐 공부벌레랑 누가 친구를 하고 싶겠니? 처음부터 네 주제를 알았어야지!"

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언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모두 같은 대답을 합니다. 언니가 너무하다. 잘못됐다. 이런 반응입니다.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언니라고 할 수 있냐고 하지요. 그럼 상황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 말을 한 사람이 언니가 아니라 친구라면? 이 친구와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야 할까요?

(여러분이 대답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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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이야기는 언니도 친구도 아닌 A가 자기 스스로에게 한 말입니다. 

 

 

 

웹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주인공이 여기서 독백을 해요.
친구에게도 절대 하면 안 될, 깎아내리고 비방하는 말들을 내가 나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내가 나를 칼로 찔러왔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보다 내게 심하게 대하지 않았다. 나를 가장 강하게 옭아매던 사슬은 내 자신이 내게 묶어놓은 것이었다. 존재를 깨달은 순간 나도 모르게 얽히고 설켜 있던 그 쇠사슬이 하나씩 풀려나간다.

완료
내 컴퓨터